레이디가가 Chromatica 리뷰

Vin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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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가가는 늘 정공법을 택하지 않곤 했다. 그녀는 데뷔 이후 커리어 내내 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을 비틀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선보였다. 그녀는 팝 아티스트에게 너무 어둡다는 레이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각 수록곡에 '괴물'이라는 테마를 붙인 앨범을 발매하는가 하면 대중음악에서 암묵적으로 금단의 영역이라고 정해진 종교/정치적인 레퍼런스들을 건드리기도 했다

늘 대중이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던 것을 비틀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냈던 레이디가가가 처음으로 Chromatica를 통해 정공법을 택했다는 점이 그녀의 디스코그래피에 찍히는 이 앨범의 선명한 방점이다. 예술적 함의와 혁신은 온데간데없고 심지어 늘 빠지지 않았던 락발라드 트랙들까지 사라졌다. 대신, 대다수의 클럽이 행정명령으로 운영 불가한 대 코로나 판데믹 시기에 그녀가 개장한 Chromatica 클럽은 파워풀하고 캐치한 클럽튠 사운드로 우리에게 사정없는 폭격을 가한다. 

Chromatica는 유로피안 클럽 사운드에 90년대 디스코/하우스가 가미된 댄스 팝 앨범이다. 대다수의 곡의 사운드와 멜로디가 안전하고 평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만약 케이티 페리, 아바 맥스와 같은 여타 팝 아티스트가 Chromatica를 발매했다면 그저 그런 팝 앨범으로 여겨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레이디가가의 디스코그래피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Chromatica는 목이 타들어가 말라있는 리틀 몬스터들의 축배이자 늘 대중의 기대를 비틀어버리던 그녀에겐 이 미칠듯한 신나고 캐치한 레코드가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늘 앨범에 내면적 서사과 음악적 철학, 둘 모두를 삽입했던 그녀는 Chromatica에서 음악적 철학을 포기함으로써 팬들과 대중의 니즈를 완벽하게 수용했다. 동시에 내면적으로 서사를 풀어내는 실력은 그 어느 때보다 원숙하여 직접적으로 와닿으면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남긴다. 그녀는 두 마리의 토끼를 쫓지 않음으로써 혁신과 묘사력은 잃었으나 결과적으로 더욱 창대한 작업물을 완성시켰다. 그 창대함은 그녀의 또 다른 시작이자 새로운 모습이라는 점에서 더욱이 의미가 깊다.

레이디가가가 부재했던 6년간, 치열한 팝 시장은 어느새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빌리 아일리시를 위시한 카밀라 카베요, 두아리파, 할시와 같은 신인 팝스타들이 무서운 기세로 파이를 차지하고 있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묵직한 클럽 댄스 팝 Chromatica는 진짜 팝의 여왕이 누구인지 모두를 향해 다시 한번 뚜렷하게 각인시켰고 데뷔 13년차에 또 하나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하며 이를 증빙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왕좌에 앉아서 거만하게 그들을 내려다보지 않는다. 그녀는 Chromatica를 통해 친절과 행복을 전하는 메신저이자 음악을 통해 치유받고 춤으로 고통을 씻겨보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이니까. 그녀가 개장한 Chromatica 클럽에선 모두가 왕이고 여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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