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플레이리스트에는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밴드들이 더러 있는데,
그중에서 멜랑콜리한 밴드를 생각나는 대로 꼽자면
미선이, 언니네 이발관, 스미스, 도어즈, 조이 디비전 등등이 있다.
⠀
그것들의 공통점은 다르긴 달라도 약간은 비슷한 경향,
것보다 중요한 건 나의 스무 살 이후로 쭉 함께해왔다는 거다.
거기에 더해 그들 사이에 빠지면 섭섭해할 밴드가 하나 더 있다.
내가 이 분야에서 사랑해 마지않는, 뉴욕 출신의 ‘벨벳 언더그라운드’다.
⠀
그들이 만들어놓은 곡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종종 감탄이 나온다.
이들이 소싯적 앤디 워홀의 가호를 받고 자랐건 나는 딱히 관심이 없었고,
단지 그들의 음악이 좋아서. 루 리드의 기타 솔로가 좋아서.
라이브 앨범이 좋아서. 우울함을 그들의 방식으로 잘 활용하여서.
들으면 나른해지면서도 좋은 기분 자체가 좋았다.
⠀
생각해보면 우리 각자가 ‘마이 페이버릿 쏭’이라고들 하는 기준은 자못 단순하지 않나?
일단 모름지기 그 곡 자체에 마음이 가야 하니까.
그러니 시작은 상대방을 좋아하는 호감의 양상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
그리고 일단 그 과정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기처럼 지나가기만 한다면,
상대방의 의사를 구하거나 물어보지 않아도,
둘 사이의 앞날에 관한 어떠한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
그건 다소 일방적이면서도,
그렇다고 극적으로 편중돼있지는 않은 아이러니함을 가졌다.
결혼이 삶의 전체를 공유하고 나눈다고 치면,
좋아하는 음악은 적어도 내 침실만큼은 내어줄 정도로 호의가 있다고 해야 할까나.
⠀
그러니까 그런 모종의 관계가 한 번 맺어지기 시작하면,
그 이후에는 마치 연애에 한껏 빠진 것마냥 내숭이란 건 없어진다.
음악은 그런 점에서 존재하지 않음에도 존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그런 느낌을 갖는다는 건 다른 말로 순수한 기만과도 같다.
⠀
허나 나쁠 것은 하나 없다.
그건 적어도 내가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온전히 갖게 한다.
그리고 그 관계가 내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모조리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
이 모든 순간의 결말이 어찌 되었든,
긴 시간 동안 나의 여러 감각을 장악할 것을 잘 알고 있는 채로.
⠀
그런 점에서 밴드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루 리드는 연애 박사다.
창백한 푸른 눈을 가지지 않았어도 그런 곡을 썼으니까.
그는 뉴욕에 있었다.
그리고 살아생전 시니컬하고 진중했던, 내가 존경한 아티스트였다.
⠀
Rockeroom
contact
instagram.com/rockeroom
wearerockero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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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의 공통점은 다르긴 달라도 약간은 비슷한 경향,
것보다 중요한 건 나의 스무 살 이후로 쭉 함께해왔다는 거다.
거기에 더해 그들 사이에 빠지면 섭섭해할 밴드가 하나 더 있다.
내가 이 분야에서 사랑해 마지않는, 뉴욕 출신의 ‘벨벳 언더그라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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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만들어놓은 곡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종종 감탄이 나온다.
이들이 소싯적 앤디 워홀의 가호를 받고 자랐건 나는 딱히 관심이 없었고,
단지 그들의 음악이 좋아서. 루 리드의 기타 솔로가 좋아서.
라이브 앨범이 좋아서. 우울함을 그들의 방식으로 잘 활용하여서.
들으면 나른해지면서도 좋은 기분 자체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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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우리 각자가 ‘마이 페이버릿 쏭’이라고들 하는 기준은 자못 단순하지 않나?
일단 모름지기 그 곡 자체에 마음이 가야 하니까.
그러니 시작은 상대방을 좋아하는 호감의 양상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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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일단 그 과정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기처럼 지나가기만 한다면,
상대방의 의사를 구하거나 물어보지 않아도,
둘 사이의 앞날에 관한 어떠한 논의도 시작될 수 있다는 특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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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다소 일방적이면서도,
그렇다고 극적으로 편중돼있지는 않은 아이러니함을 가졌다.
결혼이 삶의 전체를 공유하고 나눈다고 치면,
좋아하는 음악은 적어도 내 침실만큼은 내어줄 정도로 호의가 있다고 해야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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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런 모종의 관계가 한 번 맺어지기 시작하면,
그 이후에는 마치 연애에 한껏 빠진 것마냥 내숭이란 건 없어진다.
음악은 그런 점에서 존재하지 않음에도 존재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고,
그런 느낌을 갖는다는 건 다른 말로 순수한 기만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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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나쁠 것은 하나 없다.
그건 적어도 내가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온전히 갖게 한다.
그리고 그 관계가 내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모조리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
이 모든 순간의 결말이 어찌 되었든,
긴 시간 동안 나의 여러 감각을 장악할 것을 잘 알고 있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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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밴드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인 루 리드는 연애 박사다.
창백한 푸른 눈을 가지지 않았어도 그런 곡을 썼으니까.
그는 뉴욕에 있었다.
그리고 살아생전 시니컬하고 진중했던, 내가 존경한 아티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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